영화를 보고

카일라스 가는 길

선인장아니면무엇? 2020. 9. 19. 22:22

  처음 극장에 들어갔을 때는 아무도 없고 스크린도 비어있었다. 순간 이 넓은 극장에서 컴컴한 데 혼자 보는 게 아닌가 겁이 났지만 또 남자 한 명이 들어오면 더 겁날 것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조금씩 어두워지고 광고가 나오기 시작하고 좀 있으니까 내 또래의 부부가 들어왔다.

  그냥 그랬다. 대단한 할머닌데, 끊임없이 종종 걸음을 움직인다. 그 나이면 언제 아프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그런 길을 갈 수 없을 텐데 견딘다기 보다는 던진다고 해야하나. 고산에서도 잘 걷는다. 말도 많이 하고. 특히 수미산 앞에 그 쯤에는 5천이 넘었을텐데. 어지럽고 넘어지고 그래도 걷는다. 불심이 강하고. 남편을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상인데, 돌보고 걱정하고. 자전거 타고 가는 홍콩여자는 다르게 생각할지도. 아주 적극적이고 사교적이다. 다르게 말하면 오지랍이 넓을 수도. 대학을 나왔다. 이 영화를 어머니와 같이 보기도 했다 못 봤는데 어머니가 봤다면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다르면서 같은 면도 있는. 지루했을 수도 담담하게 봤을 수도. 한편으로는 전형적인 한국 여인상 이전에 그냥 여자 인간이기도.

   러시아, 카자흐스탄, 신장 위구르, 티벳 등을 거쳐 파미르를 지나 간다. 내가 일부 경험한 그곳들은 여름이니까 다르다. 하늘과 대지는 그대로지만. 얼어붙은 호수와 눈보라가 인상적이었다. 낙타를 타고 눈보라 속을 가고 낙타 위에 눈이 쌓이고. 대지가 강조되고, 강조된다기 보다 많이 나오고 지평선 일몰과 일출. 즉 풍경들이 다 근본적인 모습이다. 잠깐 나오는 밤과 새벽의 조캉 사원과 포탈라궁. 오체투지해서 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산다는 것은 오체투지일까. 수미산을 가까이서 봤다. 가장 인상적이었다. 강하고 아름다웠다. 기를 쓰고 수미산 가까이 가려는 모습과 얼어붙은 개울? 위에 넘어져 비비적거리며 움직이는 모습. 이것을 찍고만 있는 영화 감독 아들. 스스로 축하하는 것. 끊임없는 부처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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