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광휘의 속삭임/정현종

선인장아니면무엇? 2020. 1. 10. 22:49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읽는 시와 실제의 시는 얼마나 다른가. 교육 안에서의 시는 시의 극히 일부분이다. 시 교육의 문제점은 모든 구절, 시어들을 다 의미를 발겨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표준화된 답. 그래야 시험 문제를 낼 수 있으니까. 그래서 발겨내서 혹은 이미 규정되어 있는 것을 외워서 시험을 친다. 그리고 그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답이 아닌 것이 된다. 그러니 문학은 특히 시는 시험 치면 안 된다. 그런데 수업을 하고 시험문제를 내야 하는 국어교사들의 고충은 무시하고 문학을 망친다고 비난하기만 한다. 나도 문학 시험 문제 안 내고 싶다.

  이 시집에 실린 정현종의 시 '방문객'으로 수업을 한 적이 있다. 시험 문제는 내지 않았다. 여튼 그래서 이 시가 실려있는 이 시집을 샀다. 요즘은 아이들에게 시 읽히기도 부담스럽다.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왜 이런 걸 하냐고 시비 걸 것 같아서. 박상순이나 김혜순도 마찬가지다. 김혜순의 '납작납작'은 교과서에 나온 적도 있지만. 여튼 이런 시인들의 시가 교과서에 나오면 난해한 시에 속한다.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 '방문객'은 '환대'란 개념이 교과서에 나와서였다. 이 시를 이야기하면서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 노래'와 비교해서 이미지가 거의 없다고 했다. 이 시집의 시들이 다 그렇다. 이미지니 운율이나 비유니 하는 시의 요소로서 설명 가능한 것보다 그냥 막 이야기한다. 추상적인 말들로 이야기하는데 추상적이지는 않다. 시인의 목소리 그대도라서 오히려 실감이 나는. 이야기하는 것이 다 생명이고 움직임이고 자연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