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영화를 보고

선인장아니면무엇? 2011. 6. 17. 14:19

 

3. 19. 브로크백 마운틴

 사랑에 대해서, 성에 대해서 생각한다.

 아주 오래 전에 '부르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를 보고 충격을 받으면서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것도 저렇게 절실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 이후로는 남자들의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남성들의 성은 폭력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자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남자든 여자든 외롭고, 팍팍한 현실을 살아야 하고, 소수자의 성은 경멸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영화를 보는 도중에, 두 사람의 성 장면이나 서로를 그리워하는 장면에서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 몰상식함에 김경희샘은 화를 냈지만, 그도 할 수 없다. 아직 사람들의 인식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다. 결혼 안 한 사람도 소수자로, 이상한 인간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

 중요한 것은 남자다 여자다를 떠나서 인간은 외로운 존재이고 다른 존재를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슬프고 우울한 영화다. '러브레터'라는 연극이 생각났다. 평생을 사랑하면서도 맺어지지 못하고 편지만 주고 받으면서 평생을 보낸 남녀, 각각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한 사람의 죽음을 남은 한 사람이 맞게 되는 구성이 비슷하다. 한 사람은 열정적이고 한 사람은 좀더 소심하고 현실적인 것도. 그리고 열정적인 사람이 먼저 죽음을 맞고 남은 사람은 그 열정적인 사랑을 그리워하면 눈물을 흘린다는 것도.


* 영화 속의 여자들이 하나도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렇게 영화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사랑이야기에서 남녀간의 사랑이면 두 남녀가 매력적이 되고 남자들의 사랑이면 여자들은 부수적이 존재가 되는 것이다.

* 이 영화를 만든 리안감독은 정말 특이하다. 성격이 다른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내가 본 걸로는 와호장룡, 센스 센스빌러티, 결혼피로연, 음식남녀 등이 있다. 센스 센스빌러티는 영국적인 영화이고, 결혼피로연은 중국인의 미국에서의 성정체성과 관련된 영화이고 와호장룡과 음식남녀는 서로 성격이 다른 중국영화다. 다 좋은 영화들이었다.



2006. 3. 25. 오늘 본 영화(비디오) 'Eternal Sunshine'

 사랑과 기억에 대한 영화. 괜찮다. 사랑은 변하기 마련이고 그래서 헤어질 때는 아프지만 그래도 그 기억을 지우려 하지 말 것. 사랑이 없으면 아픔도 없겠지만 동시에 행복도 있을 수 없는 것.

 다소 비현실적으로 처리했다. 어차피 사랑이란 것이 내 머릿속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뇌에서 그 사람과 관련된 내용만 지운다는 것. 그래서 시간들이 마구 뒤섞인다. 결국 기억의 문제일 뿐이다. 영화는 우리에게 그 뒤섞인 시간들을 여주인공의 머리색깔로 구분하라고 한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남녀주인공의 기억을 지우는 회사의 사람들도 사랑과 아픔과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주인공들과 마찬가지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3. 25. Sin Sity


 인터널선샤인에 이어서 오늘(2006. 3. 25) 연달아 본 비디오.

 원작이 만화랍니다. 원작자가 각본과 공동감독에 참가했답니다. 감독이 세 명인데 그 중 한 사람이 타란티노라네요. 만화같고 펄프픽션이나 포룸 같기도 하고.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었어요. 그 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정리가 안 돼요. 일라이저 우드가 소심한 소년(청년?)으로 나와요. 잔인한 식인마이기도 하고요.

 역시 나는 타란티노식의 미학에는 영 맞지 않아요. 잔인하고 그러면서 아름답다는. 킬빌을 안 봤지만 비슷할 것 같기도 해요. 이 영화에서의 '낸시'라는 여자의 이미지가. 그리고 아버지같은 남자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 그건 남자들의 꿈이겠죠. 로리타콤플렉스인가? 말이 나왔으니 말이짐만 이 영화들 남자들의 꿈이에요. 강하고 정의롭고 여자들을 아이를 보호하고 비극적이고. 영화 속의 여자들은 다 아름답고 날씬하고 그리고 창녀거든요. 딱 남자들이 바라는 여자지요.

 기본적으로 흑백인데 거기에 특정한 색깔만을 컬러로 처리한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과장된 액션들도 비현실적이고 만화같이 처리했더군요. 뭐 나름대로 볼만한 영화였어요.


 참고로 내가 본 타란티노 관련 영화는 포룸, 펄프픽션, 저수지의 개들 같은 옛날영화들이네요. 올리버 스톤의 킬러도 있는데 이 영화에도 타란티노가 관여했데요. 이렇게 거정들이 같이 영화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에요.


4. 1. 기사 윌리엄

 '브로크백마운틴'의 두 남자 중 한 명 '에니스 델마'역을 맡았던 '히스 레저'의 다른 영화를 찾아본 것이다. 두 남자 중 이 사람의 연기가 더 좋았고 나머지 한 명인 '잭 트위스트' 역할의 '제이크 질렌홀'은 '투마로우'에서 이미 봤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2001년에 만들어졌는데 히스 레저가 상당히 젊게 나온다. 물론 1979년생이니까 젊다기보다는 거의 어리지만, 브로크백마운틴에서 과묵한 청년에서 장년을 넘어 거의 노년에 가까운 부분까지 연기하는 그와는 전혀 달라 보였다. 아주 가벼운 어린아이였다. '그림형제'에 맷 딜런과 형제로 나온 모양인데 맷 데이먼이 더 어린지 그가 더 어린지 한 번 봐야겠다.

 '기사 윌리엄'은 그냥 그런 영화다. 내용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기대를 하지 않고 봐서 크게 실망도 없다. 다만 로큰롤 음악이나 관객들이 그 음악에 맞춰서 춤추는 것이 특이했다. 아주 현대적인 춤을 말이다. 그러니까 단순한 고전극이 아니라 고전극을 현대 관객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서 바꾼 것이다. 화끈한 공주도 인상적이었다. 사랑에 전혀 거침이 없고 옷차림도 거침없었다. 당시의 옷차림을 고증하기보다는 현대인들의 이브닝드레스에 가까웠다. 심지어 얇고 투명해서 가슴의 윤곽이 거의 드러나는 검은 블라우스 같은 것을 안에 받혀입기도 했다.

 영화내용 속에 '제프리 초서'라는 인물이 나왔다. 우연히 윌리엄을 만나 서로 위기를 모면하도록 도와주고 나서, 경기에서 윌리엄을 소개하는 역할을 맡게 되고 그의 열렬한 지지자가 된다. 실제의 제프리 초서는 중세영문학에서 중요한 인물로 그의 유명한 이야기책(소설?)인 '켄터베리 이야기'의 제일 앞에 '기사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이 이 영화의 발상이 되었단다.


4. 2.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의무감으로 봤음. 국어교과서에 소설의 일부가 나오기 때문. 그냥 그랬음. 줄거리를 너무 뻔하게 알기 때문인듯. 소설을 몰랐다면 극적일 수도 있었을 듯. 소설과 줄거리가 약간 다르다.


4. 11. 그림형제

 형편없다. 하나도 건질 것이 없다. 맷 데이먼도, 히스 레져, 모니카 벨루치도. 이런 동화들은 왜 배우들의 개성을 삭제해서 똑같이 만들어버릴까? '아이언 마스크'가 그랬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만 빼고 나머지 배우들(제레미 아이언스, 제라르 드 빠르티유 등)은 완전히 어릿광대가 되어버린다. 가브리엘 번은 좀 나았나? 이번 영화에 히스 레져는 안경과 수염에 가려져 얼굴도 잘 구분이 안 되었다. 요근래 '카사노바'라는 영화에 주인공으로 나온 모양인데 별로 보고 싶지는 않다. 히스 레져는 '브로큰백마운틴'이 제일 나았고 그 다음이 '기사 윌리엄'이다. 언젠가 '패트리어트'라는 영화에서 맬 깁슨의 아들로 나왔단다. 그건 좀 나으려나.

 '그림형제'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독일'이라는 나라이다. 프랑스의 지배를 받으면서 그 저항의지가 드러나는 것. 북유럽신화와 관련되는 것. 나무가 움직이고 슾이 공포와 신비감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점은 '반지의 제왕'도 생각나게 했다. 그림동화는 북유럽적인 성격을 갖는다. 특히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 '기독교왕이 들어오기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는 식의 불만을 토로하는 대사가 나온다.


4. 14. 행복한 남자(연극)

 극단 '현장'의 연극을 강영아샘과 함께 봤다. 이근삼 원작이란다. 원작의 제목은 '국물있사옵니다'.

 지루했다. 밋밋했다. 특징이 없었다. 게다가 줄거리가 낡았다. 구태의연하다. 뻔한 줄거리, 뻔한 주제. 세상을 치열하게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배우들의 연기가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다.

 이근삼이 이 원작을 쓸 때는 꽤 옛날이었을 것이다. 70년대쯤 될까? 그래도 '원고지'를 쓴 이근삼이 아닌가. '원고지'는 꽤 괜찮았는데. 원작이 낡았더라도 그것을 새롭게 만들 수도 있었을텐데. 너무 안일한 연출이 아닌가.

 배우들의 연기도 그렇다. 전화를 받는 장면들이 너무 어색했다. 전화기 너머의 상대방이 말할 시간도 주지 않고 혼자 말 다 하고 끊어버렸다. 그리고 '러브레터'에서 봤던 두 배우. 간판배우인 모양인데. 그 연극에서와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각각의 케릭터에 특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좀더 과장되었을 뿐.

 고능석은 '사장'과 '경비원' 역할에 나왔다. 연기력은? 모르겠다. 별로 나타날 만한 배역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연극에서의 연기는 영화의 연기와는 다를 것이다. 내가 영화를 보던 눈으로 연극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좋은 연극은 정말 좋고 연기를 잘 하는 배우는 연기를 잘 한다. 과장이 아니라.


6. 4. 진주탈춤한마당

 '남무' 중 '학춤'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작년에는 '북춤'이 정말 좋았는데. 그 다음으로 지전춤. 한량무의 강동옥씨는 여전했다. '병신난장'에서 그 각설이의 입담은 정말 대단했다. 마당극을 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기능이 필요하다. 연극배우로서의 능력, 노래, 춤, 악기연주. 이 팀은 어느 하나도 빠지지 않았다. 목포에서 온 팀이라고 한다. 일본의 '카구라'도 인상적이었다. 춤이라기보다는 극으로서의 성격이 강해보였다. 우리 놀이판의 등장인물과는 성격이 다른 '무사'가 등장했다. 뱀의 모양을 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전반적으로 관객의 수준도 높았다. 잘 하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관객, 잘 하면 잘 한다고 할 수 있는 관객. 이채임샘, 김영현샘, 김다슬샘이 보였다. 한갑진샘이야 늘 거기 있는 사람이고. 그 외 6반 반장 경은이를 비롯해서 몇명의 1학년들.

 봉산탈춤을 못 본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다른 데 가서 좀 쓰잘데 없는(?) 인간들을 만났어야했기 때문이다.


6. 17. 죽지 않는

 호주영화다.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시체 천지고 피가 튄다. 몸이 절단된고 머리가 날아간다. 하체만으로 걸어다니기도 한다. 즉 한 마디로 호러영화다. 특이하다. 하긴 내가 이런 영화를 거의 안 봤으니까. 내가 싫어하는 장르다. 부천판타지영화제 작품이라기에, 상도 받았다기에 빌렸는데. 뭐 그래도 나름대로 특이하니까. 그냥저냥 괜찮았다. 마지막의 여전사의 이미지.

 듀나는 별로 좋지 않게 평했다. 그런데 어떤 누리꾼은 듀나보다 더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풍자는 확실히 있긴 있다. 어찌 보면 결국 모두 좀비다. 좀비가 인간같아 보이다가 또 좀비가 되곤했다. 산성비가 공포스러웠다.


6. 18. 세 계절

 베트남영화다. 미국과 합작인지는 모르겠다. 하비 키이텔이 나온다. 공산권 영화들은 뭔가 착한 구석이 있다. '집으로 가는 길', '변검' 등의 중국영화들이 그랬다. 아니 그러고 보니 어떤 대만영화도 그랬던 것 같다. 제목이 뭐였지? 이 영화도 착하다. 좀 순진해서 약간 유치하게도 느껴진다는 말이다.

 '씨클로'가 생각났다. 씨클로는 비극적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다소 작위적으로 '그래도 인생은 계속되는거야'하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옛날미국병사가 혼혈아딸을 만나서 화해하고, 창녀는 자기를 사랑하는 씨클로운전수의 품에 안기고, 길거리소년은 자기의 물건상자를 되찾아 다시 장사를 시작하고. 시를 사랑하는 연꽃팔이소녀는 연밥을 거두고.

 베트남어의 발음은 중국말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나같은 외국인은 같다고 느낄 것 같다. 분위기도 비슷했다. 중국보다는 좀 덜 느끼하고 맑은 느낌은 있은 것 가다. 민요들이 주는 느낌도 비슷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시는 그냥 서정시였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인생과 함께 이야기하는.

 베트남에 갔을 때의 장면들이 생각났다. '장면'이 맞다. 나는 베트남 사람들을 경험해보지 못 했고 그들의 모습을 눈으로 보기만 했으니까. 그리고 나는 '호텔 안'에 있었다. 호텔 안의 세계는 베트남이 아니다. 여하튼 자본주의는 슬프다. 아니 삶 자체가 슬픈 것인가.


7. 10. 오장군위 발톱(연극)

 비극과 희극. 그 각각의 색깔이 더 분명했으면 좋았을 걸. 하긴 그러려면 대단한 역량이 필요하다. '현장'이 하는 것은 아닌 듯도 하고. 그 꽃분이 역을 맡은 여배우는 '현장'에서 본 듯도 하고. 어떤 한두 사람에 집중되지 않아서 연기력이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그냥 그랬다.

 의상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여자들의 치마가. 대사가 이상한 것도 있었다. 주인공의 어머니의 대사에서 자기 또래의 남자를 가리키는 말로 '할아버지'라는 말을 사용했다. '영감탱이' 정도가 맞지 않을까. 내용상으로도. 두 번째 징집영장이 나왔다면 결국 마찬가지 상황이 아닌가. 그러면 내용 전체의 아이러니가 흔들린다. 극본을 누가 썼을까?


7. 22. 빌리지

 어이가 없는 영화다. 철학적 주제를 담으려 했지만 어설펐다. 공포영화도 아니었다. 괜찮은 배우들이 많이 나왔지만 워낙 스토리가 어설퍼서.


8. 1. 괴물

 정연수샘과 소은주샘과 김경희샘과 같이 봤다. 즉 독서모임에서 두 사람 빠지고 같이 본 것이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우리사회의 각종 괴물들이 등장했다. 그 괴물들이 하나로 뭉쳐서 한강의 괴물로 나타난 것이다. 옛날이야기의 불가사리도 생각나고 영화 '지구를 지켜라'도 생각났다.

 괴물들은 늘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괴물들은 공기처럼 어디에나 떠돈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독가스처럼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잊게 만든다.

 보충수업이니 성과급이니 모두 마찬가지가 아닌가.


9. 24 광주비엔날레

 사실 봤다고도 볼 수 없다. 실실 지나가버렸으니까. 일행보다 1시간정도 일찍 나와버렸으니까. 서울에서 전시회 보는 것과 별 다르지 않았다.

 광주비엔날레를 한 네 번 본 것같다. 수확이라면 이제 별로 오고 싶지 않을 거라는 것. 그리고 내가 공부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 벗어나 있다는 것. 진주작가 행사로 계획했는데 별 그런 효과가 없어서 기분이 좋지않았고 김모 분이 계속 싱거운 이야기만 해서 대꾸하는 게 짜증스러웠던 것. 그래도 사는 열심히 대꾸를 했다. 그런 것 보면 사가 이해가 안 된다. 어떤 때는 사도 참 너그럽다. 아니 그게 너그러운 건지도 잘 모르겠다. 남자들은 여자와 다르니까.

 사는 플럭서스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본 기억도 안 난다. 맨머리로, 온몸으로 에밀레종을 치는 작품은 나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피아노와 의자들이 있는 음악회 풍경에 무수히 거미줄이 쳐져있던 것도. 원숭이 늘어져있는, 역시 거미줄같은 풍경도. 거미줄도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군. 시간. 결국 다 밑바탕에 깔고 있는 건 시간인지도 모른다. 하긴 나도 지금도 시간을 깔고 앉아서 뭉개고 있다.

 언어라는 것에 대해서. 작품 속의 그 많은 언어들, 외국어들. 그들은 결국 언어로 말하려 한다. 영상과 그림과 물질로 벌려놓고도 다시 언어로 이야기하려 한다. 그 몸부림이 한계인가 아닌가.


10. 5. 오만과 편견

 영 아니다. 내용을 너무 잘 알아서 그런가. 너무 빨리 진행이 되어서 저게 구성상의 문제가 없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 진행이 빠르다 보니 이 작품 자체의 매력은 살아나지 못하고 그냥 신데렐라 콤플렉스일 뿐이다.

 인도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봤던, 영어로 들어서 대사를 알 수 없었던 그 때도 생각했지만, 도대체 예쁘기만 한 여주인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안 예쁜 것보다는 예쁜 것이 좋겠지만 예쁜 것 때문에 다른 특징이 살아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은 청순하고 귀엽고 예쁘다. 하지만 지적인 면은 영 드러나지 않았다. 또 여동생들도 하나같이 다 예뻤다. 도대체 예쁜 여자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쁘다는 특징이 너무 강조되기 때문에 다른 문제에 대한 극복과정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남주인공이 연기를 잘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도대체 연기를 잘 하는 것이 어떤 건지. 그냥 무뚝뚝한 표정만 짓고 있으면 되는가. 여주인공의 어머니, 아버지가 유명한 배우들이다. 이름은 모르겠다. 어머니는 '오 그레이스'에 그레이스로 나온 사람인 듯도 하고 '거짓말'인가 뭔가 하는 영화에 어머니로 나온 배우인 듯도 하고. 아버지 역할의 배우도 많이 본 사람이다.

 여하튼 이제 어떤 형태의 '오만과 편견'도 질린다.


10. 5. 북경 자전거

 삶이 우울하고 팍팍하고 지루하다는, 다 아는 사실을 또다시 보여주는 영화다. 이탈리아 영화였었나, '자전거도둑'이라는 영화와 설정이 좀 비슷하다. 아주 비슷하지는 않다. 자전거가 팍팍한 삶, 도시빈민의 삶을 드러내기 아주 알맞은 소재인 모양이다.

 시선이 공정하다는 것이 좋다. 나는 시종일관 그 탁송회사직원이 불쌍하다고 생각했지만, 가난한 사람이라고 해서 비겁하지 말란 법이 없고 우리는 어느 정도 비겁하게 살아간다.


11. 11 내가 가장 예뻤을 때(연극)

 극단 이름을 알 수 없음

 대학로에 있는 인켈아트홀2관에서 봤음

 오승수 연출 출현은 백은경(엄마), 신미영(희윤) 그리고 상우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이태영인지 성동한인지 모르겠음

 그냥 그랬음. 소품 같았음.

 연출자가 여자라고 함. 그러고 보니 인물이 모두 여성적임. 세 명중 남자 한 명이 호모였으니까. 그렇지만 여성적인 연극이라 하긴 힘들다. 세상의 보통 사고방식이 그대로 들어있을 뿐, 여성으로서의 인식은 없다.


12. 15 돼지와 오토바이(연극)

극단 현장, 이만희 작, 고능석 연출, 고능석 박순연 최윤정 출연

연기는 다른 때의 현장보다는 나은데 전체적인 면이 영. 뭘 말하고자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12. 16 운수 좋은 날(창작탈춤)

진주민예총 3번째 창작작업. '거리의 부처' 탈굿

각색 박세환, 안무 오세란, 음악 황윤희, 출연 강동옥 이수정 하정용


여자 출연자의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강동옥씨는 늘 그렇다.


원작의 풍자성보다는 비극성이 강하다. 죽은 자의 넋을 위로하는 굿이다. '봄날은 간다' 음악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 노래와 비슷한 이미지다. 행복은 잠깐이고 허망하고 슬픔은 우리네 삶의 본질이다.


1. 3 해뜨기 전

 비포 선셋의 전편이다. 비포 선셋이 좋았기 때문에 빌려봤다. 이 영화도 좋다. 예쁘다. 어쩌면 여자영화다. 남자들도 이런 영화를 좋아할까? 궁금하다. 누구에게 실험용으로 보여보고 싶지만 그럴 만한 인간이 없다. 다 너무 남자들이다.

 두 주인공이 다 예쁘다. 특히 자유롭고 솔직한 모습이 좋다. 젊으니까 그런가? 20대다. 나는 20대에 그러지 못했다.


1. 4 쥴 앤 짐

프랑스 흑백영화, 다웠다.


1. 17 간장선생

좋은 영화다. 일본영화다. 한국영화 '괴물'이 생각났다. 이 영화에서의 간염은 일종의 괴물이다. 그것은 인간의 광기이고 전쟁이다. 사람들은 간이 부어서 배가 불러서 죽는다. 냉소적인듯하면서도 소박하고 따뜻하다. 고래는 간염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2008. 11. 27 앤티크

  너무 많은 것이 섞여있는 듯 했다. 주인공이 너무 연기를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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