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서울 올라간다. 왜 여행이 이렇게 우울 아니 지루 아니 모르겠다. 난 왜 여행을 할까?
패키지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아주는 아니지만 비교적 잘 사는 사람들이고 이들은 거의 모두 보수적이다. 모든 것을 경제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친기업적이고 심지어 재벌총수를 존경하기까지 하고 이런 것을 애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재벌이 우리를 먹여살리고 재벌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고 생각한다. 재벌을 찬양하는 건 성공을 찬양하는 거고 나아가서 사대주의적인 쪽으로 통한다. 우리가 중국쪽에 붙어야 할지 미국쪽에 붙어야할지나 재고 있는. 부인이 교사고 남자는 사업하거나 다른 좀 더 높은 공무원일 경우가 많다. 부인이 교사라는 건 늘 든든한 재산인 모양이다. 그리고 조카가 의사인 경우는 왜 또 그리 많은지. 나도 그렇지만 여행은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허영심이다.
사진 찍느라고 정신 없다. 특히 찝차 타고 사막 위에 올라갔을 때 난 능선들을 즐기러 옵션을 한 건데 자꾸 사진을 찍는 바람에 마음껏 그렇게 못 했다. 이번에 정말 눈으로 즐기고 싶었다. 사진은 정말 찍고 순간에만 찍고. 그런데 패키지 여행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강박인지에 갇혀있고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친절한 얼굴로 나에게도 그걸 강요한다. 또 그걸 열심이 어딘가에 올린다. 여행을 과시하는 걸까? 좋게 말하면 나누는 것? 일종의 노충증이라더니,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싫다. 내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는 모양이다. 할 말이 없어서 안 하고 있는데 뭔가가 있는 줄 안다. 사람들은 열심히 공부를 했다. 외우는 것이 공부라고 생각하니까. 역시 난 외우는 걸 못해 그래서 공부를 못 해. 이도 열등감인가? 열등감과 우월감 사이를 늘 왔다갔다 한다.
교하고성과 고창고성 그리고 카레즈 등은 이번은 좀 더 잘 다가왔다. 하지만 투루판의 포도도 휴게소에서 먹은 하미과도 저번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여행지 돈황 막고굴. 중국인들이 많아서 밀려다녔다. 본 건 좋았지만 걸어다닌 것에 비해서 몇 개 못 봤다. 아니 문제는 실제 봤는지 사진으로 봤는지 모든 것이 헷갈린다는 것이다.
돈황성전은 조잡했다. 빛만 번쩍거리고 사람만 떼로 등장할 뿐이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배우들은 연기를 하지 않았다. 대사도 안 하고 녹음된 것이 나왔다. 백발 도사인데 고무줄 달린 수염만 턱에 걸었을 뿐 머리카락은 까맣고 얼굴도 아이다. 아무리 멀리서 보지만 다 보이는데 이건 너무 성의없다. 이 옵션이 60불이나 한다.
천산은 지겨웠다. 중국인들이 너무 많고 자꾸 교통수단을 갈아타야야 했고 호객꾼들이 많았고 그놈의 옵션을 위해서 한참 줄을 서야했다. 설산도 제대로 못 봤다. 옵션 가격만 엄청 비쌌다. 70불. 가이드는 백두산 천지보다 훨씬 낫다는데 내가 보기에는 백두산 천지가 훨씬 낫다. 그냥 좀 넓은 유원지 호수다.
우루무치 박물관에서 미라 많이 봤다. 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보긴 처음이다. 신장 위구르의 다른 박물관에는 더 많단다. 건조해서 많이 발견된단다. 자꾸 보니까 심드렁해지기는 하지만 역시 기분은 안 좋다. 죽고 나서 그 몸뚱아리가 구경거리가 된 그 사람들이 불쌍하기도 하다. 특히 여자. 어떤 것이 누란미녀인지는 모르겠다. 처음 본 그 미라인 듯한데. 그 앞에서 네댓살 된 딸 아이를 안고 있는 남자는 도대체 딸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까? 어린 아이를 왜 이런 박물관에 데려왔을까?
풍력발전기는 일하는 거인 같았다. 거인이 엄청 많았다. 신장 땅에서 석유도 뽑고 있었다.
고비 사막은 너무 넓었다. 여기서 저기까지라는 개념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사막이 있었다. 비행기에서부터 느껴지는 것이었다. 최승호의 고비라는 시집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이드는 옵션 하게 만드는 걸 잘 했다. 꼭 000처럼 생겼다. 여행일정에는 없는 옵션을 만들어낸다. 그래도 일정에 있는 쇼핑센터는 안 가서 좋다. 벌 만큼 벌었으니까 안 가는 것, 혹은 경험상 안 사더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안 가는 것일지도. 패키지 여행의 안 좋은 점은 가이드 눈치를 보는 것이다. 일정 동안 무난하게 보내기 위해서. 가이드 눈치를 보니까 마음껏 옵션을 거절하지 못 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쩌나 눈치를 보고 모두 그러니까 결국 안 한다는 말을 먼저 꺼내지 못하고 하게 된다. 결국 돈이다. 돈을 많이 벌게 해주면 가이드는 기분이 좋아지고 맥주도 사고 양꼬치도 사고 아이스크림도 산다. 걸국 우리 돈으로 먹는 것인데 자신이 한 턱 낸다고 생색을 낸다. 그러면서 가이드, 기사팁이란 이름으로 돈을 걷고 그 돈으로 우리가 마실 물, 하미과 등을 산다.
패키지를 가더라고 앞으로도 꼭 싱글을 써야겠다. 그건 정말 여행을 편안하게 한다. 그건 확실히 돈값을 한다.
언어는 근본이다. 모든 것은 결국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중국은 언어로 이데올로기 칠갑을 해놓고 있었다. 특히 효, 그리고 소수민족 여기서는 위그르족을 딴 생각 못 하게 하겠다는 이데올로기. 서울에 돌아와서 더 절실하게 느꼈다. 내게 중국과 서울이 다른 것은 언어 때문이다. 영어를 못 하는 것은 여전히 내 열등감의 근원이다. 영어든 요즘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중국어든 어떤 목적을 위해 하는 것은 아무 진전이 없다.
언어로 된 이데롤로기 칠갑이었다. 각종 격문인지 표어인지. 중국 공산당의 이념을 강조하는 내용인지, 소수민족들에게 딴 생각 하지 말라는 내용인지. 효를 비롯해 교화의 내용들. 특히 모범적인(?)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을 게시해놓은 것. 저 사람들의 초상권은? 역시 전제주의국가다. 국민을 교화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중국인에게 불교는 뭘까? 기복? 몽키왕2의 현장이 요괴를 영혼을 구하겠다는 것, 벽화들, 관광상품 즉 돈인가? 관광객들에게 불교는 뭔가? 구경거리?
지금 중국 정부는 한족 국가인가, 만주족 국가인가? 지금 중국의 주도권은 어느 민족이 쥐고 있지? 신장 위구르도 티벳도 또 우리 나라도 일본도 심지어도 중국도 패권 다툼과 살아남을 위한 다양한 주체들인 뿐이다. 민족이란 것이 절대적인 것도 아니고 더군다가 국가라는 것이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 중국이라는 국가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나까 오류들이 생긴다. 중국을 하나도 주체로 보고 그 행동을 파악해서는 안 된다. 티벳을 그리고 신장 위구르를, 더 넓은 사막 혹은 황야를 소위 개발이란 걸, 아니 착취를 위한 건설이란 걸 하고 있는 주체는 도대체 누구일까? 단지 생존 혹은 패권, 풍요를 위해 움직일 뿐. 지금은 석유를 비롯한 자원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