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선택이 아니었다. 난 공지영도 별로 안 좋아하고 이렇게 자극적인 소재로 자극적으로 만들어 이슈가 되는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냥 괜찮았다. 선악이 분명하고 악을 인간이 아니라 100% 악으로 그리고 있는 것은 예상한 대로지만. 100% 악으로만 이루어진 인간이 존재하고 그래서 문제는 그 인간이고 그 인간만 제거하면 문제가 끝난다고 보는 얕은 시각. 뒷부분에 구조적인 문제를 다루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성과 폭력에 대한 문제는 순수한 악이라는 것 정도로 밖에는 다루지 못했다. 아이들을 성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변태이고 변태는 악이고. 왜 성이 폭력으로 나아가고 그것이 어떻게 발전해가는지 그 문제가 가장 중요한데 말이다.
성이라는 것 자체가 폭력의 성격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남성들의 성.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그것은 평소에는 조절이 된다. 그렇게 폭력적이 될 필요나 가능성이 없을 때 말이다. 아이들. 장애아. 그것도 보호자가 없거나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해서는 그 폭력이 무한대로 분출되는 것이다.
그리고 교장과 행정실장이 쌍둥이인 것. 악의 근원에 해당하는 인물이 쌍둥이인 것. 의도적인가? 아니면 그 사건의 인물들이 진짜 쌍둥이였었나? 쌍둥이들은 기분나쁘겠지만 쌍둥이로 나옴으로 해서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더했다. 그로테스크한 많은 영화들에 쌍둥이가 나온다. 이 영화에서의 쌍둥이가 의도한 바였다면 그로테스크한 느낌은 줬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특히 듣지 못하는 아이들을 공포로 몰아가는 쌍둥이라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꺼번에 만드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내가 사회적으로 봐야할 문제를 자꾸 다른 식으로 보면서 시비를 걸고 있다는 것을 나도 안다. 이 영화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가 아닌데 말이다.
배경이 왜 무진인지는 모르겠다. 문제가 되었던 인화학교는 광주에 있다는데. 김승옥의 무진을 따오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도대체 둘이 무슨 유사점이 있지? 그런데 영화 속의무진은 김승옥의 무진기행의 배경이 된 순천이 아니라 여수였다. 무진기행의 주인공이 헤매는 무진은 자신의 세계 안이었다. 이런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도가니의 무진에 있는 주인공도 헤매기는 한다. 하지만 두 주인공의 무진은 다른 무진이다. 도가니의 무진의 안개가 다른 안개인 것이다. 중간에 남해바다가 아니고 동해바다 같아 보이는 장면도 이상하다.
여하튼 이 영화는 사람들의 약간 저급한 호기심도 만족시키고 도덕적으로도 적당히 고무시키는, 흥행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영화이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는 악이 존재한다. 인간은 악한 면을 가지고 있고.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이 악을 어떻게 다루어서 세상을 유지하고 인간을 더 나은 종족으로 진화하도록 하는가이다. 악의 문제는 폭력의 문제와 결국 약자의 문제와 같이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질서이고 법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먼저 인간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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