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명량

선인장아니면무엇? 2014. 8. 3. 09:40

  좋다. 최근 본 군도와 비교돼서 더 그렇다. 비주얼도 그렇다. 배우 얼굴 말고 화면 말이지만, 차라리 배우 얼굴도 그렇다. 고통과 고뇌가 나타나지 않는, 그 진정성이 나타나지 않는 배우는 비주얼이 아니다. 이순신의 본래 이미지, 갸름하고 반듯한 얼굴과는 다른 최민식이 확실히 새롭고 깊이있는 이순신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들고 지쳤지만 삶과 죽음과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통찰하는 고통과 고뇌의 이순신. 먹는 장면 두 개 나왔다. 아들과 마주앉은 상. 죽. 그리고 전투 후에 죽은 부하의 아들과 나란히 앉아 먹는 토란.

  임진왜란 시리즈 중의 한 작품같았다. 전편도 있고 후편도 있을 듯한. 비중있는 조역들이 많았다. 우리 나라도 여러 중국영화처럼 영화가 될 만한 전투들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다. 명량해전이라는 전투의 다큐멘터리같기도 했다. 같이 전투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전 직행. 배 아래 노를 저어 배를 움직이는 사람들. 그리고 한번씩 나오는 지옥도 같은 백병전 장면. 문득 아득해지는 소리와 화면. 죽음과 늘 같이 있는 이순신의 내면같은. 마지막에 우리의 노고를 후손들이 몰라주면 호로자식이라는 말은 정말 영화에서 하고 싶은 말, 진심같았다.

  역시 최고는 회오리이다. 많은 관객들이 말하고 있듯이 두려움=회오리=용기=백성이다. 충은 임금을 향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백성을 향한 것이라는 것. 도망치는 정치인들 그리고 백성과 같이 죽으려는 이순신.

  왜병으로 연기하는, 익숙한 우리나라 연기인들도 약간 낯설어서 인상적이었다. 잘 모르지만 우리쪽이든 왜군쪽이든 열심히 재현하려고 노력한 느낌이 드는. 류승룡이 너무 평면적으로 약간 우스꽝스럽게 나와서 안됐지만. 이순신의 상대로는 그 역할이 너무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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