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장편소설을 읽었다. 현대적인 느낌이다. 특히 인물에 집중한다. 나도 일상에서 인물 관찰을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게 만든다. 근데 누가 주인공인지 모르겠다. 래리가 주인공이긴 한가? 뒷부분의 인도철학에 대한 래리의 긴 대사는 지루했다. 헤르만헤세의 시달타가 생각났다. 종교 철학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어서 그런가. 구도의 길을 가는 래리 때문? 그리스인 조르바도 생각났다. 서술자 나가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방식. 서머셋몸이 노년에 구도의 길에 답을 찾고 싶었지 않았을까.
2024.10.31.(목) 오늘 독서모임을 하고 나니까 래리가 주인공이라는 것이 인정이 된다. 주인공이 꼭 마음에 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여튼 작가의 의도는 래리가 주인공이고 다른 인물들은 래리를 위헤 만들었는데 저 마음대로 자라버린 것 뿐이다. 소피가 가장 불쌍하다. 정말 래리를 위한 희생이다. 본성에 따라 살기보다 상처받거 타락하고 비참하게 생을 마친다.
삶의 선택들이 본성에 따른 거냐 상황들 때문이냐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래리는 그런 삶을 산 것은 동료가 자기를 위해 죽은 것에 충격을 받아서 정도가 아니라 본성이 그렇다고 나는 생각한다. 본성이 그래도 계기가 없으면 그 본성이 발현이 안 될 수도 있지만, 결국 본성을 어떻든 발현될 것 같다. 그런 본성이 아닌 사람은 계기가 있어도 그렇게 되지 않겠지만. 래리가 본 것은 일종의 심연이 아니었을까. 방근까지 웃고 이야기하고 하던 정다운 사람이 갑자기 시신이 되어버렸을 때, 있었는데 갑자기 없을 때 그 사이의 심연. 갑자기 보이는 심연. 아버지 입관, 화장을 본 이후 아버지가 이제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모든 것은 그 끝에 그 심연이 있다는 것. 모든 것을 무화시켜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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