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서울

선인장아니면무엇? 2023. 1. 8. 08:30

  이번 겨울 결국 해외여행은 못 하고, 단양제천 여행도 무산되고. 1박2일 서울 갔다왔다. 위례에 있는 동생집에서 잤다.

  ktx로 출발했다. 8시58분발. 12시23분에 서울역에 도착했다. 혹시나 해서 예약 들어가보니 자기가 거의 없었다. 놀라서 예약했는데 막상 타니 진주에서는 자리가 거의 텅 비어 있었다. 아침에 탄 택시기사는 마산창원으로 기차로 통근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창원에서 많이 타고 대구에서 많이 내렸다. 그 사이사이 타기도 하고 내리기도 했다. 낙동강에는 늪도 보이고 논에는 새들이 무리를 지어 앉아있었다.

  서울역은 크고 사람이 많았다. 시간대가 그래서 그런지 식당이 특히 심했다. 아무데나 들어가 설렁탕 한 그릇 했다. 아울렛을 온 것이 아까워서 문앞에 보이는 회색스웨터를 하나 샀다.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동. 이촌역이다. 처음 보기에는 어마해보이지만 전체적으로 파악은 됐다. 3층에서 내려다보니 이집트 박물관이 생각났다. 차이는 거기는 유물로 꽉차 있었는데 여기는 그냥 로비라는 것. 예매는 마감됐던 합스부르크600년전이 현장판매를 하고 있었다. 커다란 초상화들이 많았다. 그냥 그랬다. 메소포타미아전, 그리고 그 외 외국관들을 둘러보았다.

 나와서 버스 갈아타고 위례 동생집에 왔다. 지나면서 이태원, 해밀턴 호텔 등을 창밖으로 지났다. 순천향병원 앞에서 직행버스로 갈아탔다. 헌릉, 한남교 등을 지났다. 양재꽃시장도. 아파트가 무지무지 많았다. 온갖 아파트 상표들이 다 모여있는 듯했다. 동생말로는 고만고만한 것들이란다. 큰 조카는 수학집중력캠프에 갔고 둘째는 코감기 기운이 있었다. 집안은 책과 장난감으로 정신이 없었다. 저녁과 다음날 아침 해주는 밥을 먹었다.

  밤새 눈이 좀 왔다. 제부가 예술의 전당까지 태워주었다. 제부와는 이제 많이 편하다. 미라전을 봤다. 많이 기다려야한다고 했다. 휴대폰번호 등록하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봤다. 여러 개의 건물들이 있었다. 하긴 그 주위에는 한예종과 국악원도 있다. 일종의 예술단지이다. 디자인 미술관에서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그림들을 봤다. 말이 많고 파란색이 많은, 한 여자를 열심히 그린. 연극을 볼 토월관의 소극장도 확인했다. 미라전은 역시 좀 엽기적인 느낌이 들었다. 시신과 관을 어둡고 붉은 불빛 속에서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이집트는 그립다.

 연극은 지루했다. 레드, 블랙, 화이트. 연기는 잘 하고 엄청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그런 정통 연극은 보통 다 그정도는 하는 건지도. 배우는 정보석, 연준석. 중간에 캠퍼스를 붉게 칠하는 장면은 퍼포먼스 같기도 했다. 마크 로스코라는 추상표현주의화가 팝아트 시대로 넘어가는 시대. 가볍지 않은 정통 연극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선택한 거지만 역시 철학자 이름, 화자들 이름이 난무하고 예술철학이 주 내용이니 그 고뇌는 나와는 먼 세계고 시계만 자꾸 봤다. 그전에 알게 된 물품보관함 안 열리는 문제도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려가는 버스표를 예매해 둔 상탠데. 어제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가방 잘 맡겼었는데. 거긴 돈도 안 받았는데, 여긴 처음 못 찾아서 늦어진 연체료까지 받고.

 물품보관함은 거의 서른 통의 전화를 하고 한 시간 이상 걸려서 해결됐다. 전원이 나간 모양이었다. 모든상담원으로 통화중이라면서 전화번호를 남기라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상담원은 한 명뿐이지 않았을까. 그 상담원도 점심때는 자리를 비우지 않았을까. 그렇게 전화를 하고 시간이 흐르도록 기껏 원격으로 열어본다는 것뿐. 전원이 나갔으니 원격이 될 리 없고, 내가 안 되는 칸에 억지로 넣은 듯이 이야기하고. 마스트키를 맡겨놨다느니, 마스트키란 건 없고, 도대체 그 사람 많은 주말에 와서 해결해 줄 근무자는 없고. 1시간도 넘어서야 결국 왔던 사람은 어느 소속인지 모르겠다. 배고프고 화를 낼 힘도 없었다.

 남부터미널 가는 마을버스가 사람들을 꽉 채우고도 한참을 출발하지 않았다. 예약했던 4시30분 차는 놓치고 5시30분차를 타고 9시 좀 넘어서 진주에 도착했다. 버스 안 티비에는 오늘 본 연극 레드를 소개하고 있었다. 차 타기 전 어묵 두 개. 한 개 천원이나 했다. 중간 인삼랜드에서도 어묵바. 먹다 말았다. 서울은 사람이 너무 많고 건물이 너무 높고 걸어야 하는 거리가 늘 있다. 비싸고 맛이 없다. 그래도 오랫만이 오니 좋다. 이틀 내내 미세먼지 최악이었지만. 서울은 내가 안 가 본 곳이 아직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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