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규장전에서 여성이 강인하고 적극적이라고 하지만 그건 남자 입장에서 그게 좋기 때문이 아닐까. 가만 있어도 여자가 문제를 다 해결해주고 알아서 절개를 지켜주니까. 남주 이생은 소극적이고 혼자 도망도 치고 하는데, 김시습은 이런 소설을 쓰면서 어떤 생각이었을까? 남성 위주의 유교적 사고방식을, 여성을 긍정적으로 그리는 척 위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김시습은 이생이 아니라 최랑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입한 것은 아닐까. 그건 너무 무린가?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무기력한 이생에게는 김시습 자신을 투영하고 바라는 여인상으로 최랑을 제시한 거겠지? 그럼 좀 비겁한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