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음을 재현함. 점점 더 뭔가가 없어져 버린다. 물이 빠져버렸다. 뼈만 남았다. 존재의 뼈? 언어의 뼈?
뭘 쓰려면 이 시들의 지향점이 있어야 하겠는데 그 지향점이 없다. 그래서 쓸 수가 없다. 존재하지 않음이 지향점이라니. 존재하지 않음으로 너에게 닿는다니. 초점이 맞춰지지 않는 사진 혹은 눈동자. 일관성이 생기지 않는 서사.
나라는 존재에 시간이 포함되어 있을 때 나는 나가 된다. 시간이 빠지면? 시간이 물질이 되어 버리면? 이장욱의 시는 언어로 만들어진 물리적 세계. 일종의 이론서라는 것. 그 체계는 오히려 부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미, 지금 등. 즉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