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담배와 설탕 그리고 혁명 -유재현의 쿠바기행

선인장아니면무엇? 2011. 6. 17. 11:44

 

담배와 설탕 그리고 혁명 -유재현의 쿠바기행


  나는 개인적으로 여성이 쓴 글이 더 마음에 잘 와 닿는다. 여행기도 그렇다. 글을 쓰는 남자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그런 여성들은 여자라는 자의식이 강하고 사물을 섬세하게 본다. 구색을 갖추려고 애쓰기 보다는 자신의 감수성에 다가오는 것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전문여행가보다는 시인이나 소설가, 미술평론가의 글이 좋다. 여행지에 대한 지식을 늘어놓고 있지도 않고 호들갑도 적으며 개성이 뚜렷해서 일관된 포인트를 가지고 세상을 본다.

  이번에 읽은 여행기는 유재현이라는 남자 소설가가 썼다. 책을 살 때는 별로 의식하지 않았지만 ‘쿠바’라는 여행지는 여러 면에서 독특한 곳이었다. 가장 중요한 면은 미국적 자본주의 지배 하에 들어가지 않은 사회주의국가라는 점이다. 세상의 절반에 공산주의를 포기할 때, 끝까지 사회주의를 지키려는 이 나라.

  글쓴이는 미국에서 열린 문인대회가 끝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국관광을 하는데 그 대신 쿠바행을 택해서 혼자 쿠바에 온다. 자본주의의 천국 미국에 다소 염증을 느끼고 있으면서 그 반작용으로 쿠바가 궁금해진 것이다. 그래서 글쓴이의 눈이 향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쿠바의 사회 경제 체제이다. 토지개혁과 유기농, 무엇보다 강력하고 당연한 것으로 자리잡은 것은 사회적 평등이다. 곳곳에 혁명의 색깔이 짙게 남아있고 사회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의지도 강렬하다. 물론 그에 대해 언론의 자유 등을 요구하는 반대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며 자본주의적인 부패도 전혀 없지는 않다. 물질적으로 전혀 풍요롭지 못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은 거의 없다.

  이 소설가는 담배를 피우는 모양이다. 책을 읽으면서 관심없는 주제에 대해서도 너그럽게 듣고 있기로 했기 때문에 담배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나도 쿠바산 시가에 대한 글쓴이의 이야기를 여유있게 그러나 사실 건성으로 한참 들었다. 실제 싼 현지 담배를 피워본 모양이다. 독하단다.

  이 책을 다 읽고 이우일의 멕시코 쿠바 기행을 다시 읽고 있다. 이 책도 다소 건성으로 읽었었는데 이 사람이 감탄하는 그 멕시코 문화의 아기자기하고 신비스러움이 잘 실감으로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읽은 이유는 두 남자의 쿠바에 대한 느낌의 차이를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번 읽을 때 이 일러스트레이터는 쿠바의 경제에는 별 관심이 없는듯했기 때문이다. 두 남자가 헤매고 다니는 곳이 다르다. 유재현은 여관집 할머니 사과 사는 데도 졸졸 따라다니고 이우일은 아내와 딸을 이끌고 뒷골목 헌책방이나 인형, 장난감을 파는 가게를 뒤지고 다닌다. 둘 다 시가에는 관심을 갖는다.

  사회주의 국가도 자본주의 국가도 천국은 아니다. 천국을 추구하는 눈은 유지를 해야겠지만 그런 잣대로 우리 사회도 쿠바도 볼 수는 없다. 다만 우리와 다름을 신선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소설가 유재현을 따라간 이번 여행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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