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동이

선인장아니면무엇? 2013. 2. 13. 21:17

1. 숙종

깊이. 단순하지 않은 것. 두 가지 면을 가지고 있는 것. 솔직함. 가치관. 감성이 풍부함. 열정적임. 여자를 사랑함에 있어서. 똑똑함. 권력이 있음. 즉 능력이 있음. 또는 힘이 있음. 지진희는 전혀 다른 두 숙종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사랑을 하는 남자 혹은 인간으로서의 숙종의 얼굴과 권력을 가지고 가치를 실현한다는 확신에 차 있는 숙종의 얼굴은 전혀 다르다. 어떤 인간의 매력의 근원은 보통 여기서 온다. 사실 숙종의 고뇌도 별로 인간적이지는 않다. 숭고한 사람의 고뇌는 인간적이지 않다.

하지만 ‘임금이 아니어도 좋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너를 지킬 수 있으면 나는 이 세상 가장 한심한 임금이 되어도 좋단 말이다’,라든지 ‘차라리 도망가자’는 말은 인상적이었다. 어찌 보면 흔할 수도 있는 대사인데 왕이 하니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주 왕다운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가 이런 대사를 하니까 아주 인상적이었다.

 

2. 동이

남성적임. 아니 남성의 기준으로 본 여성. 여성자체가 아닌. 이 드라마 자체가 상당히 남성중심임. 생물학적으로 여자가 주인공이더라도 시각은 상당히 남성적임. 인현왕후와 동이의 관계. 처첩간에 싸우는 것(장희빈)은 악. 처첩간에 잘 지내는 것(동이와 인현왕후)는 선.

 

3. 장희빈과 장희재

감정적으로 아주 단순하다. 어차피 전쟁극이나 액션이나 이런 역사극은 그렇겠지만 사람 목숨의 값어치가 다르다. 왕의 목숨과 후궁의 목숨과 장수의 목숨과 병사의 목숨. 장희빈도 그렇지만 특히 장희재. 희빈의 고통에 대해서는 철철 흐르는 공감으로 아파하는데 그것이 희빈에만 머무는 것이다. 어차피 공정한 시각으로 사람과 세상을 보지 못한다고 치부해버리면 되는 문제지만 인간들이 감정적으로 너무 극단적이다.

 

3. 서인 중심의 사건 해석. 꽤 역사왜곡일거같은데.

 

4. 최고의 선은 왕권의 확립. 바람직한 임금상.

 

5. 모든 욕망들은 왕을 향해있고 거기서 갈등이 발생하는데 또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버리는 절대적인 힘이 왕에게 있다.

 

6. 사실 부당하다. 왕의 총애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왕이 현명하지 못한 인간일 때는 그 폐해가 얼마나 큰가. 그러니 왕은 현명한 인간으로 설정될 수밖에 없고 그러니 바른생활 교과서 같은, 평면적인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7. 변하지 않는 사랑. 비현실적이다. 사랑은 의존이다. 숙종은 왜 이렇게 동이에게 심적으로 의존하는가? 다음 내용과 관계가 있는 것도 같다. 사실 숙종은 상당한 바람둥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드라마를 전체적으로 꼼꼼하게 보지 않아서 그렇지만 사실 장희빈에 대한 총애도 대단하지 않았던가. 이 드라마도 진짜 사랑은 하나다 하는 환상을 부추기고 있지 않은가.

 

8. 동이를 거의 완벽한 존재로 그리고 있다. 동이의 고뇌는 인간적이지 않다. 결국 모든 인간들이 동이에게 감화되고 동이는 늘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숭고한 국모상으로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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