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인걸2
내가 이런 영화를 자진해서 돈 주고 다운받아 보다니. 중국 무협 영화는 ㅔ와 같이 보는 경우가 아니면 볼 일이 없다. 그런데 요즘 난 머리 쓰기 싫고 아무 일도 하기 싫고 그래서 완전히 엇나가서 놀고 있다. 풍소봉 때문에 봤다. 난릉왕이 아닌 다른 데서는 어떻게 연기하는지 궁금했다. 황금시대를 보는 것은 좀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울 것 같고(섬세하게 그려져야 할 인물일 듯해서, 또 너무 현실적인 인물일 듯해서. 영웅 무협적인 인물과 너무 다를 듯해.) 그래서 비슷한 류를 고른 것이 이 영화다.
괜찮았다. 인터넷에서는 평가가 유치하다고 하지만, 엄청 유치할 거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덜 유치해서 좋았다. 난 서극 감독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이런 영화들의 수준을 모르니까. 우리나라 조선시대 탐정 영화와 인물이나 사건 구조 등 내용이 아주 비슷했지만 그게 워낙 유치했기 때문에 그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을 했다. 스케일이 더 크고 비쥬얼도 더 좋고 인물들도 더 매력적이다. 풍소봉도 괜찮다. 주인공 적인걸 못지 않은 비중이고 잘 싸우고 잘 날아다니고 헤엄쳐다닌다. 일부러 머리색깔도 약간 붉게, 눈썹도 연하게 눈색깔까지도 연하게 한 듯한데. 적인걸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확실히 구별하게 하고 또 약간 가볍게 보이기 위한 것인듯. 그렇지 않았으면 이미지는 더 주인공 같이 보였을지도 모른다.
적인걸도 괜찮았다. 조승우와 닮은 조우정이란 배우. 잘생긴 건 아니고 이 역할에는 잘 맞는, 딱 탐정같은.
풍소봉이 삼장법사로 나온다는 영화도 볼까? 주말에는 황금시대로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