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우리 가까이 있는 이슬람

선인장아니면무엇? 2011. 6. 17. 11:32

 

우리 가까이 있는 이슬람

-이슬람문명/정수일/창작과비평사


  ‘이슬람’이라고 하면 보통 무엇을 떠올리게 될까? 제일 먼저 ‘테러’가 아닐까 싶다. 그 다음으로는, 학교에서 배운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코란’-이 말이 사실은 이슬람 사람들의 말이 아니라 기독교인들이 만들어낸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이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일부다처제’를 떠올리면서, 가서 살면 좋겠다느니 하는 너스레를 떠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은 어린 시절 동화로 읽었던 ‘아라비안 나이트’를 떠올린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만 여행지에서 만난 아름다운 이슬람 사원이나 신비한 세밀화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오르한 파묵을 생각하며 그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시 문학교과서에서 배운 ‘쌍화점’의 ‘회회아비’나 ‘처용가’의 ‘처용’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또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막연한 공포나 적의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순간,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것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단순히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막연한 오해의 안개가 걷히면 거기에도 사람들의 삶이 있고 그 타자들의 삶이 곧 내 삶을 되비추어주는 거울이라는 되어 우리 세상까지 더 정확하게 보고 깊이 있게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슬람에 대한 첫번째 오해는 그것을 극단적인 종교로만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저자는 한 마디로 ‘이슬람은 문화다’고 이야기한다. 이슬람은 그들의 생활방식이고 예술이고 학문이고 철학이고 경제관이다. 이슬람도 개인의 복을 바라고 절대자에게 의지하는 그런 종교일 것이고, 극단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거대한 종교는 그런 기복적 성격을 넘어서 그들의 삶 자체이다. 특히 지금의 서구사회의 종교, 학문, 예술과 깊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서구사회가 이슬람 사회를 자신들과 다른 극단적인 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이슬람의 경제관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신선한 시사점을 준다.

  또 사람들은 이슬람 세계가 똑같은 하나의 색깔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슬람은 극단적인 규범을 가진 나라에서 융통성과 개방성이 강한 나라에까지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서구 언론에 의해 제공되는 자극적인 모습이 허구라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슬람의 얼굴 중에서 극히 작은 일부분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이슬람 사원이 있고 무슬림들과 우리는 공존하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일종의 이슬람 개론서이다. 지금까지 이슬람에 대한 책이 여러 권 나왔지만 특히 이 책은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면을 빠짐없이 조목조목 짚고 있어서 좋다. 저자의 이력도 관심을 끈다. 연변 출신으로 중국과 이집트에 유학했고 평양에서 강단에 서기도 했으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국내에서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의 ‘실크로드문명기행(한겨레출판)’도 진지하고 알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