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이 있는 풍경/이상엽
이 사람의 실크로드기행을 읽었었다. 사진작가인데 언론쪽이다. 이 책은 사회, 경제, 역사적인 시각의 여행기다. 유재현처럼. 한 번씩 이런 여행기도 괜찮다. 내가 잘 모르던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번에는 동북아시아의 역사다. 이 책은 러시아여행기다. '레닌이 있는 풍경'이라는 제목이 주제와 잘 들어맞는다. 혁명과 소비에트에 대한 향수. 그리고 우리의 70년대, 80년대에 대한 향수?
이 여행기에서 글쓴이는 다양한 생김새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혼혈이 많다. 역사를 생각할 때는 민족과 국가를 생각하게 되는데, 국가는 그 시대에 존재했던 것이고 민족은 단일한 정체성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러시아나 중국, 일본 등 외국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에 대해서 우리의 민족주의적인 시각으로 그들의 삶에 대해서 평가해온 것같다. 민족이 절대적인 개념이 아닌데 말이다. 민족이라는 것이 엄연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 역사 속에서 그들의 지금 삶 속에서 지금의 국가 안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국가와 민족을 절대적으로 생각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훨씬 역사가 잘 보이고 현재의 사람들이 잘 보이는 것같다.
바이칼호에도 관심이 생겼다. 여행상품에 '우리민족의 시원'이라고 광고하는. 발칸의 역사나 이런 책을 읽으면서 역사를 좀 여유있게 보게 된 것같다. 이 사람은 민족의 개념으로 첫째 언어 그리고 문화를 들었다. 생김새와 혈통을 이야기하는 보통의 시각과는 다르다. 대학때 과 교수님들로부터 특이 000선생님으로부터 주입받은(!) 언어중심의 민족관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 사람 인종을 이야기하면서 주로 여자들을 관찰하고 여자 혹은 소녀들의 사진이 많다. 남자들은 여행에서 여자들을 본다. 송재학도 그랬다. 하긴 그건 여자도 마찬가진가? 그러고 보니 남자들의 여행기를 더 많이 읽었던 것 같다. 대중가요의 가사가 인용되는 것도 특이했다. 이소라와 윤도현. '율리시즈의 시선'이라는 영화를 다시 찾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 발칸을 갔다와서 관심이 생겼는데, 이 영화를 오래전에 봤는데도 불구하고 그 배경이 발칸이라는 것은 기억하지 못했다. 발칸은 소련 혹은 러시아와 관련성이 있다. 요즘 크림반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가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