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간디자서전

선인장아니면무엇? 2010. 1. 22. 13:54

 

  진리가 정말 나를 자유롭게 할까?

  『간디 자서전-나의 진리실험 이야기』(마하트마 K 간디/함석헌 옮김/한길사)


  아이들이 공부를 한다. 시 관련 문제를 풀기 위해 시를 읽는다. 소설 관련 문제를 풀기 위해 문제에 맞추어서 소설을 읽으려고 한다. 그래서 그 소설은 이상하게 난도질당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괴물이 된다. 도대체 이런 공부를 왜 하는 것일까?

  공부를 하는 것은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진리를 추구하는 이유는 그 진리가 나를 자유롭게 할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내가 처한 혼란스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나의 욕망을 비롯해서 나를 억압하는 모든 것은 상대화하고 이해함으로써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알아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부를 한다.

  한 때 내가 책을 읽는 것은 자유를 위해서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솔직히 지금은 모르겠다. 내가 왜 책을 읽는지, 공부를 하는지, 아이들에게 왜 공부를 하라고 하는지, 아이들에게 도대체 나는 무엇을 가르친다는 것인지를 말이다.

  간디를 존경하는 사람들은 참 많다. 환경운동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그의 사상을 실현하려는 노력들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물론 그의 인간적인 약점이 드러나는 부분을 들어서 그도 별 수 없었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면 그의 여성관 등이 그렇다. 그리고 그의 실천방식이 지금 우리에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가를 따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인간이 존경스러운 것은 그가 신처럼 완벽하기 때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그의 자세의 문제이다.

  나는 간디가 자신의 종교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사상과 고전을 열심히 공부를 했다는 것이 참 마음에 든다. 그 공부는 정말로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나와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은 어떤 것인가를, 옛사람들의 글을 바탕으로 공부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해서 깨달은 진리를 실험하는 데 자신의 일생을 바쳤다. 그는 자신의 자서전에 ‘나의 진리실험 이야기’라는 제목을 붙였다. 삶을 되돌아보고 기록할 때 그 제목은 결국 스스로 자신의 삶을 규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간디에게 삶은 배운 진리를 실험하는 것이었다. 그의 자서전에는 진리를 추구하고 그것을 믿었기 때문에 소박하고 솔직하고 그리고 용감할 수 있었던 그의 삶이 들어있다.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김종철의 수필 「간디의 물레」를 아이들과 같이 읽으면서 ‘다른 것을 욕망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획일적으로 주어진 것만을 욕망하도록 훈련된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이런 말이 아닐까. 왜 사는지, 왜 공부하는지 하는 흔한 물음들에 나는 답을 내릴 수가 없다. 책을 열심히 읽으면, 열심히 공부를 하면 그것을 알 수 있게 될까? 진리는 정말 나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정말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세상이 올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