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금산,전주

선인장아니면무엇? 2022. 10. 10. 20:59

  아침에 증상이 있어 출발 전에 동네 내과에 갔다. 비뇨기과도 한다고 해서. 소변검사까지 하고 방광염으로 결론 났다. 그 뒤에 증세가 갑자기 심해졌다. 으으 소리가 날만큼 아팠고 계속 요의가 남아있어 괴로웠다. 함양휴게소에서 국밥 먹고, 월영산 출렁다리. 그런데 또 ㅔ는 옆으로 산에 올라갔다. 벨브 밟는 간이화장실에서 소변에서 피를 보고 충격을 받고 고통스럽고 요의 때문에 괴로운데 또 산을 향해 올라가는 ㅔ에 화가 나 말도 하기 싫고 급기야는 눈물까지 찔끔거렸다. ㅔ는 날보고 오늘따라 더 할매같다고 놀리고. 산 올라가기 싫다고 딱 부러지게 말을 하지도 않으면서 나는 화만 낸다. 늘 이렇게 산다. 이런 식으로라도 운동을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좋다는 것을 나도 알기 때문인지도. 부엉산 정상에서 마신 요구루트로 딴 이유로 화장실이 급해졌다. 노란, 빨간 맨드라미가 피어있었다. 인공폭포가 장관이었다. 자지산에다 음굴 혹은 용굴까지.

  보석사로 가는 길에 전투기 곡예비행을 봤다. 무서운 속도로 날면서 굉음을 내기도 하고 하늘에 태극무늬를 그리기도 했다. 저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잘 실감은 안 났고 한번씩 철새로 보이는 새들과 화면을 바꾸기도 했다. 금강이었다. 보석사 앞에는 성황당처럼, 그렇지만 한시나 문장으로 장식된 어머어마한 은행나무가 있었다. 국가에 큰 일이 있을 때 울기도 했단다. 절 뜰에는 보랏빛 노란빛 남색 온갖 색깔의 국화들. 돌아오는 길 주자장에서는 고양이들이 늘어져서 사진찍는 우리를 빤히 바라보며 포즈를 취하는 듯 했다.

  인삼축제. 규모가 꽤 컸다. 인삼튀김은 음식으로보다 체험으로 먹었다. 쌉싸름했다. 엄청 컸다. 서봉구라는 4대각설이의 한 사람이라는 사람이 노래를 했다. 다른 출연자들이 단장이라고 불렀다. 다른 무대에서는 코요태 노래를 틀고 김종민 춤을 으로 보이는 춤을 추는 나이든 남자가 있었다. 물론 여자 복장. 근데 치마 밑에 남성 성기 달린 속옷을 입고 있어 앞에 앉은 아줌마들을 자지러지게 웃게 했다.

  대둔산호텔에 남아있던 온돌방도 도착하니 없어지고. 이번 여행은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애초부터 나는 출렁다리나 금산에 관심이 없었고, 평소와 달리 속소가 마땅찮아 예약을 못 했다는 ㅔ의 말에 대둔산호텔과 대둔산관광호텔을 찾아 ㅔ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ㅔ는 대둔산에 금산과 멀다고만 생각해서 전화도 걸어보지 않고 가서 보자도 했다. 토요일날 이렇게 안일하게 여행을 가다니. 대둔산 산장의 방은 잘 엄두가 안 나 보였고, 전주가 가기로 결정하고 전화한 모든 호텔들은 다 방이 없다고 하고. 결국 모텔을 하나 찾아서 차에서 자는 상황을 면했다. 가면서 접촉 사고가 났지만. 며칠 전 ㅔ가 꿈에 접촉사고 나서 승강이를 벌렸다고 했는데 꿈처럼 접촉사고가 난 것이다. 신호대기 중 숙소 위치 때문에 네비게이션에 집중하다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ㅔ의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일어난 일이다. 다행히 꿈과는 달리 앞차도 ㅔ의 차도 아무 흔적이 없고 심지어 앞자 운전자는 인식도 못 하고 있어 괜찮다고 해서 다행인데 어떻게 그런 꿈을 꿀 수 있었는지. 이것이 예지몽인지. 나는 ㅔ의 꿈 이야기를 듣고 저번에 김00샘이 남편과 같이 목포 갔다 운전하던 남편 과실로 택시와 사고나서 심지어 차 폐차까지 했다도 한 이야기를 떠올리면 '우리도 여행가게 되는데 이 시점에 그런 꿈을......'  하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나가서 고깃집에서 저녁 비슷하게 늦게 먹고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오고 있었다. 주차장이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저번 광주에서의 숙소와 너무 비슷한 느낌. 그렇잖아도 내가 광주와 전주를 자꾸 헷갈리는데. 아침이 너무 일찍이어서 시작한 식당이 없어 본죽에서 비빔밥과 죽을 먹고 00백화점 가서 ㅔ 생일선물 겸해서 이것저것 샀다. 비가 좀 덜 오면 진안 마이산을 좀 가보든지 생각도 했지만 결국 비교적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좀 허술하고 여행이라고 하기도 뭣한, 몸이 아파 매끼 약 먹기 위해서 밥을 먹었던, 화장실 가는 것이 괴로웠던 여행.